신차 공개는 전세계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신차의 디자인이나 사양이 미리 유출되면 신차를 공개하는 순간의 파급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들은 신차의 모습을 철저하게 감춘다. 하지만 자동차는 특성상 출시 전 도로 주행과 같은 테스트가 필수다.
즉, 신차의 모습은 감추되 공개된 장소에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테스트 과정에서 사람들의 시선이나 카메라를 피하려고 위장막 또는 특정한 무늬의 위장 필름(카무플라주 패턴)으로 신차의 모습을 감춘다.
카무플라주 패턴이란?
프랑스어인 카무플라주(Camouflage)는 한국어로 위장이나 변장을 뜻하는 단어다. 주변환경과 비슷한 색을 띠어 몸을 감추는 동물의 보호색이 대표적인 카무플라주다. 동물의 보호색에서 착안한 카무플라주 패턴은 과거 사냥꾼들이 사냥감에 몸을 숨긴 채 다가가기 위해 의복의 색을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꾸미며 사용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군복에 이러한 패턴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카무플라주 패턴은 군용 의복뿐만 아니라 과거 군함에도 적용됐다. 군함에 적용된 카무플라주 패턴은 위장 목적이 아니라 착시를 일으켜 잠수함의 어뢰나 폭격기의 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복잡한 무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군함의 크기를 실제와 다르게 보이도록 하거나, 정지 중에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함선의 진행 방향이 실제와 달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카무플라주 패턴을 대즐(Dazzle) 카무플라주 패턴이라고 한다. 다만 함선은 착시가 통하지 않는 레이더의 발전으로 인해 더이상 카무플라주 패턴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신차의 디자인 유출을 막는 카무플라주 패턴
자동차 브랜드가 신차의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패턴이 바로 과거 군함에 사용되었던 대즐 카무플라주 패턴이다.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자동차를 랩핑해 자동차의 실루엣이나 디테일을 온전히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카무플라주 패턴은 인간의 시지각 체계 및 뇌의 정보 처리 과정에 혼란을 야기해 착시를 일으킨다. 도형이나 선이 주변 정보에 따라 객관적 형태와는 다르게 지각되는 기하학적 착시나 한 색채가 주변 색채와의 관계 때문에 객관적 색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색채 착시 등이 대즐 카무플라주 패턴이 가진 효과다.
자동차는 카무플라주 패턴을 무광 필름에 프린트해 적용한다. 만약 빛을 반사하는 재질이라면 반사된 빛의 흐름에 의해 차체에 굴곡이나 형태 등을 파악하기 쉬워지는 데다, 카메라의 오토포커스 기능이 물체를 인식하는 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흑백의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카무플라주 패턴은 차체의 굴곡진 면은 평평하게, 평평한 면은 일그러져 보이게 만드는 착시를 일으키는데, 빛이 반사될 경우 이러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숨길수록 돋보이는 카무플라주 패턴
카무플라주 패턴을 신차에 덧씌우는 이유는 비공개 테스트 도중 의도치 않게 디자인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효과도 있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카무플라주 패턴을 한 자동차를 목격했을 때 어떤 자동차인지 호기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카무플라주 패턴 적용한 신차를 의도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신차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감싼 자동차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카무플라주 패턴 그 자체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경우도 있다. 제네시스의 첫 후륜구동 기반 중형 SUV인 GV70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GV70는 공식적으로 디자인이 공개되기 전에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으로 디자인된 위장 필름을 부착한 모습을 먼저 공개했다. 지-매트릭스 패턴은 다이아몬드에 빛을 비추었을 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난반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표 패턴으로, 이번에 공개된 GV70의 카무플라주에는 제네시스만의 정체성과 디테일이 그대로 녹아있다.
진화하는 카무플라주 패턴
신차의 테스트카에 적용된 카무플라주 패턴은 갈수록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소량의 빛도 민감하게 잡아내고, 잘게 쪼개진 패턴도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가 등장해 기존의 카무플라주 패턴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드는 TV의 화이트 노이즈 화면과 비슷한 극단적인 패턴의 위장 필름을 적용해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으로도 차체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카무플라주 패턴을 고안해 적용했다. 카메라 성능의 발전이 자동차 브랜드의 위장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제네시스 GV70나 BMW X2, 아우디의 e-트론처럼 위장이라는 카무플라주 패턴의 본 기능은 유지하며 패턴에 브랜드나 해당 모델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네시스는 GV70의 카무플라주 패턴에 위장 필름과 지-매트릭스 소개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삽입하는 새로운 활용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카무플라주를 입은 GV70는 약 한 달간 전국을 돌며 정식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킬 예정이다. 다음에는 어떤 브랜드의 신차가 독특한 카무플라주 패턴을 두르고 등장할까? 새롭게 등장하는 신차를 보는 것만큼, 진화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카무플라주 패턴 활용법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워지고 있다.
<출처:HMG저널-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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