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BILITY CONTENTS

좋은데, 놀라운데, 내리기 어려웠던 SUV, 쉐보레 트래버스 잠깐 시승기

by 모빌리티그라운드 2020. 6. 1.
반응형

자동차는 상당히 트렌드와 상황에 민감하다.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는 SUV이고, 중대형급 SUV가 시장을이끌어 나가고 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트래버스 급의 SUV는 없었고, 가장 큰 SUV는 당연히 디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연히 이렇게 큰 SUV는 있어야 하고, 당연히 가솔린을 사용한다는 것이 세상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느 부분이리라. 지인의 배려로 에디터는 예정에 없던 쉐보레 트래버스를 짧은 시간 만났지만, 임팩트는 아주 강하게 받았다. 그  임팩트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대형 SUV의 스타일,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주차장에서 처음 마주한 트래버스는 공식적으로는 출시한지 조금 오래 되었지만 거대한 크기 하나로 모든 것을 잊게 했다. 전장 5,189mm, 전고 1,796mm, 전폭 1,996mm, 휠베이스 3,071mm에 달하는 크기는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세그먼트에서 기아 모하비, 현대 펠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도 수치상으로 1등이며 MPV인 카니발 보다도 85mm 더 긴 차체를 가지고있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크다. 말 그대로 거대하다. 주차선을 가득 물고 빈공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 하다.

잠시 도로로 나와 인왕산 자락길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늘 걸어서 다니던 곳이라 흙과 나무 중간의 전망대만 감상하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시승차를 극한의 다양한 상황까지 테스트하는 시승기들은 이미 충분히 많을 것이고 운전하는 동안 급가속, 급회전, 고속주행, 급제동은 거의 하지 않기에 내차라는 생각으로 잠시 와인딩 코스를 즐겨보았다. 

트래버스는 가솔린을 사용하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에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최고 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36.8kg.m로 이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게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수치상으로는 엄청난 펀치력으로 오르막을 올라갈 것 같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가속감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대형 SUV임을 생각하면 5링크 서스펜션이 적절히 충격을 흡수해 와인딩에서도 좌우의 움직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AWD 모델이지만 2WD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고 LOW 기어도 별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잠깐의 느낌이지만 서울 시내에서는 2WD 모드가 훨씬 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고 물론 그만큼 연비도 좋게 나왔다.

제동 역시 살짝 밀리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GM 계열의 타 모델에서와 유사한 느낌이었고 시속 60km/h 이하의 속도에서는 만족할만한 제동 능력을 보여주었다. 대형 SUV인만큼 시트포지션도 높고 시야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시트포지션이 높지 않아 놀랐다. 타고 내릴때 역시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차폭이 넓다보니 좁은 도로나  주차장에서는 멈칫 하는 경우가 있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매우 익숙한 그래서 편안함과 지루함을 모두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

쉐보레의 모델이 가진 인테리어는 수년전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는 부분인 듯 하다. 그래서 눈 감고 타보면 어떤 모델의 것인지 한번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난제가 될 정도다. 비용의 효율성이나 일관적인 디자인컨셉트를 주려는 의도라면 대성공이지만 모델마다 뚜렷한 차별점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테리어의 구성은 평범하지만 그것은 익숙해지기 쉬움을 의미하는 것이고, 쉐보레의 다른 모델에서 트래버스를 구매한 충성고객이라면 더 빠르게 트래버스에 익숙해질 것이다. 브랜드에 익숙해지는 것은 또 이런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추고 아주 유용한 기능이 있는 룸미러가 인상적이었다. 대형 SUV인만큼 후방의 시야가 좋지 못한데 리어뷰카메라와 연동해 후방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안심된다. 물론 거리감이 달라지기때문에 익숙해질 때 까지는 충분히 주의를해야 한다. 

최고사양 답게 다양한 편의장비들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전부 찾아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차량 정체로 이어진 도로에 신호 대기 중 잠시 찾아보니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크루즈컨트롤 등 일반적인 주행보조시스템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고, 쉐보레의 전매특허인 시크릿박스도 실제 조작해보니 내차라면 쓸모 있는 부분이 될 것 같았다. 자주 쓰지 않는다면 넣어 놓은 것을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걱정까지 들었다. 

풀오토 에어컨, 열선, 통풍시트, USB 포트 등 편의장비는 알차게 들어 있었고, 열선과 통풍시트의 기능도 충분했다. 다이얼 방식으로 4륜과 2륜 그리고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모드까지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자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매우 만족할 것 같다.

운전을 하며 깜짝 놀란 것이 하나 있다. 요즘 자동차라면 사실 경차에까지 오토라이트 기능과 레인센서가 기본 사양으로 되어 있는데 트래버스는 하나가 이상했다. 오토라이트 기능은 분명히 확인을 했고 스마트하이빔 기능까지 넣어 놓았는데, 아무리 와이퍼 레버 주위를 살펴봐도 오토모드가 없었다. 도데체 왜??? 오토모드가 없는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시승에서는 2열과 3열은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잠시 타보니 기아 카니발이 부럽지 않은 공간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충분히 서서 3열에 앉을 수 있고 3열에까지 전부 탑승하더라도 트렁크 공간이 충분하다. 카니발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카니발 9인승에 9명을 타고 간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때는 옷가방을 시트 사이 사이에 차곡 차곡 쌓았던 기억에 비하면 트래버스는 전부 타고서도 트렁크에 다 수납이 가능할 것 같았다. 

차량의 형태가 다르니 직접적인  비교는 말이 되지 않지만 7명 정도라면 트래버스도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동을 끌 때 나온 '뒷좌석을 확인하세요' 라는 문구가 나를 놀라게 햇다. 워낙 크고 사람이 많이 타기 때문에 혹시 내리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문구인 것 같은데, 상당한 배려다. 아주 훌륭한 기능이다.

요즘 대부분의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LED를 사용한다. 트래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어두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LED 헤드라이트는 조사범위와 조사각도 좋다. 세단이 앞에 있을 때는 범퍼 중간정도 까지 비추지만 대다수의 자동차는 ECM 룸미러를 장착하고 틴팅도 하기 때문에 크게 눈부심은 없을 것 같다. 헤드라이트는 밝고 멀리 잘보여주는 기능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야간 운전으로 확인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웠다.

주차가 가장 난관이었다, 디지털 서라운드 뷰가 있어 다행이다.

짧은 주행을 마치고 주차를 할 시간이 왔다. 주차를 하려고 보니 다시 한번 트래버스가 얼마나 큰 SUV인지 실감하게 된다. 오래된 아파트는 주차공간이 좁다. 최소 20년 전의 기준으로 그어진 선이니 출시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자동차에게는 너무도 작게 느껴진다. 다행히 디지털 서라운드 뷰가 있으니 도움을 받기로 한다. 천천히 진입하며 공간을 확보한다. 다행히 한번에 주차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 주차공간이 좁은 것인지 차가 너무 큰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 것인지 모를 일이다. 모두 선을 정직하게 지키며 주차를 했는데 나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슬프다.

다행히 다른 공간에 주차를 다시 한번 시도했고 여유롭게 내릴 수 있었다. 트래버스는 주차할 때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주차를 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이 든다. 주차하고 보니 듬직하고 육중한 몸매가 참으로 멋지게 보인다. 5인 가족이면 카시트를 3개까지 장착하고 많은 짐을 싣고 가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꼭 가족을 위해서 카니발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잠시 트래버스 주위를 둘러보다 아찔한 상황을 만들뻔 했다. 2열을 살펴보려 도어를 열다 아주 예리하게 문콕을 할 뻔한 것이다. 차문을 열때는 언제나 주의하며 신중하게 열어야 하지만 트래버스는 조금 더 조심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깔금한 라인이지만, 부주의하게 도어를 열거나 세게 열었을 경우 옆차에 아픈 상처를 줄 수 도 있는 위험이 있어 보인다. 트래버스 오너들은 가능하면 도어를 살살 열거나 문콕방지용 액세서리를 하나 준비해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쉐보레 트래버스는 다양한 인상을 주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드럽고 여유로운 움직임과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핸들링을 보여주었고, 가족과 함께라면 미니밴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SUV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날로 커져가는 자동차의 트렌드를 주차장이 따라오지 못해 생기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다양한 편의장비로 다 상쇄할 수 있다. 기본 가격이 4,590만원부터고 트림이 올라가고 컬러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는하지만, 국산 경쟁모델들과 수입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구매 후보 리스트에 꼭 넣을 만한 SUV다. 

사진,글:에디터J

반응형

댓글